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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방 프로젝트 001_한국아파트의 혁신적 진화

archiworkshop 2017. 8. 31. 17:24

건축공방 프로젝트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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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작업한 건축공방 프로젝트 1호.


http://woman.joins.com/article/article.asp?aid=13921&code=01020100


아파트는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건축가 심희준・박수정 부부. 이들은 최근 프랑스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렌조 피아노와 함께 국내 KT 사옥을 짓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오랜 유럽 생활 끝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두 건축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아파트. 박수정씨는 이렇게나 많은 아파트들이 판에 박힌 듯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의 ‘마르코폴로’라는 아파트를 설계한 적이 있는데 같은 디자인의 집이 단 하나도 없었죠. 모두 다른 취향과 생활 패턴을 갖고 있고, 그것이 충분히 공간 디자인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집 안에는 생생한 삶이 있어야 하고, 건축은 사람과 하나가 되어야 하죠.” 심희준씨의 생각도 그랬다. “집은 옷과 같아요.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아무리 화려하고 멋있어도 불편하기만 할 뿐이에요. 최소한 주거 공간만큼은 개인의 삶을 담아내는 가장 안락하고 평화로운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한들 닭장 같은 아파트들을 모두 헐고 다시 지을 순 없는 노릇. 부부는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안전성, 편리성등 아파트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개인 주택처럼 개성을 담아내는 방법으로 말이다. 마침 심희준씨의 누나 심혜선씨가 신혼집으로 아파트를 얻었고, 두 건축가는 그곳을 첫 번째 실험 공간으로 삼기로 했다. 작업에 들어가면서 가장 핵심에 두었던 것은 베란다의 기능을 높이고 공간 구성에 유연성을 주는 것. “기존의 아파트에서 가장 쓸모없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린 베란다를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76㎡(23평형)의 작은 집이라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했죠. 물론, 이 집에 살 부부의 직업적 특성과 평소 불편해하던 것들까지 함께 고려했고요.”그렇고 그런, 흔해빠진 아파트 704호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704호로 바꾸어놓겠다는 부부 건축가. 그들이 야심 차게 추진한 ‘한국 아파트의 혁신적 진화’,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마침내 완성됐다.



두 번째 대안_슬라이딩 도어로 공간을 재구성하다

“집을 고치기 전에는 현관에 들어서면 신발장, 거실, 복도가 모두 연결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공간이 적절히 구분되고 분리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게 되죠. 거실 안에 있어도 신발장 안에 있는 것 같고, 복도에 있어도 거실인지 부엌인지 혼동되기 쉽거든요.”

좁은 아파트라면 공간을 나눌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버리는 공간이 많아지고 실제 활용하는 면적은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분리·재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의 문을 모두 떼어낸 뒤 거실과 부엌 사이, 방마다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그 결과 문을 모두 열어두면 어떤 공간에 있든지 실제 면적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좁은 방 안에 있어도 답답한 느낌 없이 76㎡ 아파트 전체를 사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손님이 방문했을 때 등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나눠야 할 경우 원하는 곳의 문을 닫아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심혜선씨는 거실에서 주로 레슨을 하기 때문에 유연한 공간 분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전에 살던 집에선 레슨하는 두 시간 동안은 가족이 방 안에서 움직이질 못했어요. 심지어 화장실을 가고 깊어도 참아야 할 때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거실에 있는 슬라이딩 도어만 닫아두면 거실을 뺀 나머지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요. 각각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거죠.”

집 안의 문뿐만 아니라 문턱까지 없앤 것도 큰 변화였다. 여닫이문이나 문턱 등 방해 요소가 전혀 없으니 방 안을 거닐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대안_좁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다

좁은 공간을 넉넉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수납에 무게를 두고 집 안 곳곳의 디테일을 제거했다. 기존 아파트에는 창고 공간이 많지 않아 수납을 위해 가구를 들이거나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 놓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좁은 집이 더 좁아지고 지저분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투리 공간마다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베란다의 경우 양쪽 벽에 나무 문을 달아 창고로 만들었다. 실내에도 역시 창문 밑, 부엌의 자투리 공간, 기둥의 각진 부분, 슬라이딩 도어 뒷면의 벽 등에 옷장, 책꽂이, 서랍장을 짜 넣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몰딩, 걸레받이, 문턱 등의 디테일을 제거하고 화이트 컬러로 칠해 시각적으로 확장된 듯한 효과를 주었다. 천장에서는 부엌을 제외하고 부피가 큰 조명을 떼어냈다. 중앙등과 형광등을 모두 없애고 LED 조명을 군데군데 박아 넣으니 천장이 더 높아졌다. 이때 조명 위치는 책을 읽는 공간인 소파 위, 주방 작업대 바로 위, 침실 침대 머리맡 등 공간의 용도를 고려해 배치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의 실내 조도는 유럽 선진국보다 높아요. 하지만 과도하게 밝은 빛은 눈을 피로하게 하고 심리적으로 산만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꼭 필요한 곳에만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조도를 낮췄어요. 마음을 안정시키는 은은한 빛을 만드는 동시에 효율성을 높이려고 했죠.”

화장실은 내부 파이프가 지나지 않는 부분만 뚫어 천장을 높였다. 일부만 높였는데도 좁고 답답했던 화장실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기획_조한별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